노숙(魯肅)과 민주당

사회 2011.04.30 03:20 |

중국 삼국시대의 노숙(魯肅)은 강동의 인재 가운데 원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었던 돋보이는 영걸이었다. 229년 손권이 제위에 오르면서 노숙은 일찍이 자신이 제위에 오를 것이라 말했다면서 그의 형세를 보는 안목을 칭찬했다. 노숙은 손권을 처음 만났을 때 “한실은 다시 일어날 수 없고 조조는 쉽게 제거될 수 없다(漢室不可復興 曹操不可卒除)”라는 정세 파악 위에 유표의 형주를 빼앗고 장강 상류에 있는 익주를 점령할 것을 진언한다. 장강 유역을 차지해 제왕이라 일컬으며 천하 통일을 꾀해야 한다는 웅대한 책략이다.


이런 맥락에서 유표가 죽었을 때도 노숙은 유비-조조 연합이 성립할 가능성을 계산하고 이를 막기 위해 손권-유비 연합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그는 적벽대전의 숨은 주역으로 활약했다. 유비 세력과의 동맹을 성사해 조조 세력을 견제하는데 진력한 것은 오늘날 한국 야당들의 연합정치를 연상하게 만든다. 민주당을 이익을 위해서라도 한 뼘의 땅도 없는 집단에게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분은 찾기 힘들었지만 말이다.


진수의 『삼국지』 오서(吳書) 여몽전을 보면 손권이 노숙을 평하며 “한 가지 단점이 두 가지 장점을 손상하기 부족했다(不足以損其二長也)”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첫 번째 장점은 정사의 핵심과 제왕의 공업을 언급한 것이고, 두 번째 장점은 조조가 형주를 손에 넣고 강동으로 남하하려 할 때 결연히 조조와 맞설 것을 주장한 것이다. 한 가지 단점은 유비에게 땅을 빌려줘서 형주를 차지하게 만든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단점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적벽대전 이후 형주의 영유권을 놓고 손권과 유비가 대립각을 세울 때도 노숙은 정족지세(鼎族之勢)를 위해서는 유비에게 양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주유는 이런 양보에 반대했고, 양측의 세력을 비교할 때 손권이 형주를 탈환할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였다. 그럼에도 노숙은 자기들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지 않고 냉철하게 순망치한(脣亡齒寒)을 계산했다.
 

당시 손권은 강동의 6개 군과 10만 명의 병사가 있었다면, 유비는 1개 군에 2만 명의 병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그나마 유표의 장남 유기의 1만 명을 합산한 숫자이고,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관우의 수군인 1만 명이 유비 진영 군세의 전부였다. 4․27 재보선에서 승리한 제1야당이 자신들의 우위를 얼마나 절제할지 두고 볼 일이다. 지금의 민주당과 작은 야당들 사이는 손권과 유비의 세력 차이보다 더 크기 때문에 절제하기는 쉽지 않을 듯싶다.


노숙의 뒤를 이은 여몽은 유비와의 우호 관계를 정리할 것을 추진한다. 조조의 영토인 서주를 공략할 지를 고민하는 손권에게 관우가 있는 형주를 취할 것을 건의하기도 한다. 결국 촉과 오는 관우의 죽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양국의 국력을 상당 부분 소모하게 되었다. 물론 국력이 약했던 촉한이 먼저 망하고, 오는 삼국 중에서 가장 오래 존속했다. 조조와의 일전보다는 형주 경략을 통해 국력을 확충하려 했던 여몽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숙이 기획했던 대로 오-촉 연대가 좀 더 굳건했다면 오나라는 좀 더 큰 꿈을 꿀 수 있지 않았을까? 천하통일이라는 게 말은 쉽지만 민초의 피와 땀으로 이룩하는 것이니 1800년 뒤의 사람이 함부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닐 수도 있겠다. 앞으로의 야권 연대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내어 놓아야 하면서도 가장 얻을 것이 많을 제1야당을 오나라로 억지로 비유해보자. 민주당에 노숙과 같은 마음이 좀 더 늘었으면 좋겠다.


여하간 손권은 평가를 이어가며 “주공(周公)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갖추기를 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그의 단점을 잊고 장점을 귀하게 여기면서 늘 등우(鄧禹)에 견주려고 했다(周公不求備於一人 故孤忘其短而貴其長 常以比方鄧禹也)”라고 말한다(등우는 후한(後漢)의 광무제를 도운 명신이다). 야권에서는 툭하면 인물난을 호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야당 지지자들은 서로의 약점에 천착하기보다 강점을 도두보려는 노력을 나눌 필요가 있다. - [無棄]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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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성욱 2011.05.09 11: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와~ 형 오랫만이에요! 연락도 못드리고 ㅜㅜ
    홈페이지 멋있네요 ^_^

    • 익구 2011.05.18 05: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오랜만일세. 잘 지내고 있느뇨? 예전 네 번호로 문자 넣었는데 답이 없는 것을 보면 연락처가 바뀌었는지도 모르겠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