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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13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2013년 2월 22일,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 3년 동안 이런저런 번개 모임에 함께 해준 저 하늘의 별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참 애틋했다. 앞으로 세월의 무게를 맞들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길 희망한다. 늘 투정부렸지만 실상 내 깜냥에 견주어 많은 것을 누리고 있었다.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많았고, 일러준 것보다 본받은 것이 많았다.

 

 

이 공간, 이 시간을 공유하는 분들과의 각별한 인연은 내가 누리기에 넘치는 호사였다. 이 기쁜 순간이 더 빛나도록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충분히 복을 누렸다고 생각한다. 못 다 갚은 마음의 빚은 천천히 갚아나가겠다.

 

 

우리 학교의 주인으로 살고 싶었고, 좀 더 나은 학교를 후배님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제3대-제4대 학생회장과 3학년 자치회 대표를 역임하며, 법전원 3년 중에 2년 반을 직선 대표로서 활동할 수 있어 참으로 영광스러웠다. ‘士爲知己者死’라는 봉건 시대의 문구 하나를 가슴 한 구석에 새기며 지냈던 순간들을 추억으로 간직한다.

 

 

입학 당시에 재학생 카페에다 인사를 남기면서 언급했던 고사가 다시 떠오른다. 『삼국사기』 온달열전에서 평강공주가 온달을 찾아갔을 때 온달의 어머니는 아들이 비루하고, 집이 가난해서 귀인이 살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손사래를 친다. 온달은 평강공주의 짝이 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대며 완곡히 만류한 셈이다.

 

 

그 때 평강공주는 “옛 사람의 말에 ‘한 말의 곡식이라도 방아 찧을 수 있으며, 한 자의 베라도 옷을 지을 수 있다’라고 했으니 진실로 마음만 같다면 어찌 반드시 부귀한 다음에라야 함께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답한다. 이로써 한국 역사서에 기록된 유일한 왕족-평민 커플이 탄생한다.

 

 

‘한 말의 곡식’이나 ‘한 자의 베’에 비유할 만한 재주조차 갖추지 못했던 나를 벗으로, 동생으로, 손윗사람으로 삼아준, 평강공주와 같은 넉넉한 마음을 지니신 분들에게 가슴 깊이 고맙다는 말씀 올린다. 학교를 떠나서도 늘 배우고, 온달처럼 성장하는 사람이 되도록 애쓰겠다.

 

 

끝으로 법학관 모의법정에서 개최된 ‘2012학년도 학위취득 축하 및 시상식’에서 원장님의 축사에 대한 졸업생 답사(答辭) 원고를 싣는다. 원장님보다는 짧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일부분을 줄이고 재배치하느라 답사가 좀 꼬였지만, 당일 날 새벽에 부랴부랴 작성한 것만으로 감지덕지이다(손발이 오글거려서 생각이 잘 안 났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2회 졸업생 동기 여러분, 다시금 축하합니다!!!

 

 

 

 

<제2회 졸업생 답사(答辭)>

 

존경하는 교수님과 부모님, 그리고 사랑하는 동기와 후배 여러분!

 

 

먼저 저희들의 또 다른 시작을 축복하여 주시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교수님, 부모님, 가족, 재학생 여러분들께 졸업생을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또한 빛나지 않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써주신 교학과, 학생지도센터, 대외협력센터, 도서관에 계신 선생님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청소노동자, 경비노동자, 식당노동자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밥 챙겨 먹을 시간이 부족할 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해주신 3층 파리바게트 관계자 여러분도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다 모시지는 못했지만 천만 서울특별시민 여러분, 특히 감사드립니다. 서울시민들의 세금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참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믿어 주셨기 때문에 저희가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해주고, 즐거운 꿈을 꾸도록 해준 곳입니다. 제2회 졸업생 동기 여러분, 우리가 법조인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우리 학교를 아끼고 사랑합시다. 서울시립대 법전원은 작지만 훌륭한 학교입니다. 우리가 좀 더 크고, 더 멋진 학교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학교의 발전을 위해 정성을 보탭시다.

 

 

제가 입학했을 무렵 저의 자습실 책상에는 “높은 사람 되기는 쉬워도 좋은 사람 되기는 어렵다(爲貴人易 爲好人難)”라는 문구를 붙여놓았습니다. 조선 후기 도암(陶菴) 이재(李縡) 선생이 과거에 급제하셨을 때 그의 어머니가 일러준 말씀이라고 합니다. 아마 여기 계신 모든 부모님과 교수님들께서 저희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아닐까 합니다. 여럿이 함께 즐길 줄 아는 사람, 여민동락(與民同樂)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만 명’만을 위한 법이 아닌, ‘만인’을 위한 법을 함께 궁리했습니다. 앞으로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이라도 대한민국 헌법정신에서 소외받거나 버림받지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취지를 지키고, 법조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법전원 제도의 정착과 도약을 위해 지혜를 모으겠습니다. 국민에게 열려있고 쉽고 낮은 법조인이 되는 길을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수님, 그동안의 귀한 가르침 정말 감사드립니다. 속 썩였던 모자란 제자들이지만 학교를 떠나서도 늘 배우고, 조금씩 나아지는 사람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앞으로도 인생의 스승님으로 모시며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졸업이 후배님들에게는 새롭게 가슴이 뛰는 설렘이고, 기회이길 소망합니다.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행복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사랑합니다.

 

 

2013년 2월 22일 졸업생 대표 최익구

 

 

추신1.

답사에서 졸업식 당시에 여러 의미에서 화제가 되었던 노회찬 선생님과 유시민 선생님 두 분에 대한 오마주가 한 마디씩 들어가 있다. 시간을 단축하느라 실제 답사에서는 두 문장 모두 생략되어 살짝 아쉽다.

 

 

추신2.

졸업식 당일 오후 4시 30분부터 시작한 뒤풀이에 함께 해주신 승목 형(1차~4차), 창기 형(1차~4차), 혜림 누나(1차~4차), 유철(1차~5차), 상훈(2차~5차), 희보 형(3차), 자호 형(3차), 승완 형(3차), 준홍 형(3차~4차), 현영(3차~4차), 해종 형(4차), 융겸(5차) 덕분에 졸업식이 더욱 빛났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놀아주시와요.

 

 

추신3.

졸업을 맞이하여 인용했던 시 한 구절을 남겨 둔다.

 

<贈汪倫> - 이백(李白) 

이백이 배를 타고 막 떠나려는데                               李白乘舟將欲行

갑자기 언덕 위에 발 구르며 부르는 노랫소리 들리네    忽聞岸上踏歌聲

도화담의 물 깊이가 천 자라고 하지만                        桃花潭水深千尺

왕륜이 나를 보내는 정에는 미치지 못하는 구나           不及汪倫送我情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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