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적격'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10.15 환경소송의 원고적격 검토
  2. 2011.12.21 행정소송법 개정안 검토

<들어가며>
2012년 1학기 행정법사례연구 수업의 발표 초안을 부분적으로 수정해서 올립니다. 그간 행정소송법 개정안 가운데 원고적격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만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조홍식 교수님을 비롯한 신중론을 접하고 보니 좀 더 조심스러운 입장이 되었습니다. 조 교수님은 실정법과 그 해석의 대부분이 도덕적 조정문제를 해결하는 규칙이라는 전제 하에, 그 ‘조정 규칙’을 제정하는 권위는 입법부ㆍ행정부ㆍ사법부의 민주적 정통성의 크기만큼 비례적으로 할당되어야 한다는 비례입헌주의(proportional constitutionalism)를 주장하십니다. 저는 이 견해가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의미라기보다는 오히려 입법부와 행정부의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평가합니다. 앞으로 좀 더 고민하고 싶은 화두입니다.

 

 

비례입헌주의의 요체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기관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되, “‘조정문제’에 관한 한 민주적 정통성의 크기만큼 결정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소결론을 종합해 내린 결론입니다. 즉 법적 문제의 대다수는 가치판단의 문제라는 점, 가치판단의 문제는 객관적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국가구성원 사이의 도덕적 불확정성을 극복하지 않으면 국가가 통합될 수도, 존속할 수도 없다는 점, 그러므로 조정문제는 어떤 방향으로든 해결책(‘매듭’)의 마련이 중요하다는 점, 민주주의는 조정문제의 매듭을 민주적 정통성이 큰 정치부문에 맡긴다는 점, 사법부는 정치과정에서 결정되지 않은 나머지 조정문제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조홍식, 「환경법의 해석과 자유민주주의」, 『서울대학교 法學』, 제51권 제1호,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2010, 262쪽

 

 

사법부는 어디까지나 사후적인 권리구제만 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사전적인 권리구제 수단으로서의 입법부와 행정부의 각성이 더욱 요구됩니다. 더욱이 선출된 권력인 국회와 대통령은 그 정치적 책임이 법원에 견주어 더 크기 때문이죠. 입법 과정과 정치적 타협, 집행 과정 다음에 사법 과정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국민에게 입법-행정-사법의 삼세판의 권리보호를 하는 것이 환경소송을 비롯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한민국 헌법은 이미 그렇게 하라고 다 규정해놓고 있으니 정성스럽게 실천하는 문제만 남은 셈이지만요.

 

 

환경행정소송의 원고적격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7두16127 판결-

 

 

Ⅰ. 판례개요

1. 사실관계

 

2005. 7. 19. 피고 보조참가인을 비롯한 28개 신청업체들은 피고(상고인 겸 피상고인, 김해시장)에게 이 사건 신청지를 대상부지로 하는 공장설립승인신청을 하였다.


2005. 11. 3. 피고는 낙동강유역환경청장에게 사전환경성검토협의를 요청하였다.


2005. 11. 28.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오염물질 확산에 의한 영향 검토 및 이 사건 신청지에 공장이 설립됨으로써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산광역시와 양산시의 동의에 관한 보완요청을 하였다.


2005. 12. 9. 피고는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이 제기한 문제에 관하여 제대로 보완하지 아니한 채 다시 사전환경성검토협의를 요청하였다.


2006. 1. 5.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① 이 사건 신청지로부터 약 2.4㎞ 떨어진 곳에 물금취수장이, 약 2.7㎞ 떨어진 곳에 양산취수장과 정수시설이 건설 중이어서 공장입지로서 적절하지 않고, ② 2005. 6. 4. 시행된 김해시의 공장건축가능지역 지정에 관한 조례 제5조 제2항에 위배되며, ③ 낙동강원수를 상수원수로 이용하고 있는 부산광역시, 양산시가 안정적인 상수원수 확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는 등의 사유로 이 사건 신청지를 대상부지로 하는 공장설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회신하였다.


2006. 1. 10. 피고는 다시 낙동강유역환경청장에게 사전환경성검토재협의를 요청하였다.


2006. 2. 7.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부동의한다고 통보하였다.


2006. 4. 27. 피고는 그 협의내용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통보하고, 같은 날 신청업체들의 공장설립승인신청을 승인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2006. 4. 29.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피고의 협의내용 미반영 통보에 대하여 협의내용을 이행할 것을 요청하였다.


2006. 6. 12.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경상남도지사에게 이 사건 처분의 취소 또는 정지조치를 요청하였다.


2006. 6. 9. 원고들은 “피고가 2006. 6. 5. 별지 기재 신청업체들에 대하여 한 공장설립승인처분을 취소한다.”라는 판결을 구하는 공장설립승인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부산광역시가 원고들의 승소를 위해 참가하였다.

 

※ 원고들의 지위
양산물금택지개발사업지구 내인 양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원고 2인은 현재 밀양댐에서 취수한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으나, 양산취수장과 정수장의 급수가 개시되면 그곳에서 취수한 물을 식수로 공급받기로 계획되어 있고, 위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대부분 부산광역시에 거주하면서 물금취수장에서 취수한 물을 식수로 공급받고 있다.

 


2. 소송경과

 

제1심 판결(창원지방법원 2006. 11. 2. 선고 2006구합1225 판결)
원고들에게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하였다.

 

환송전 판결(부산고등법원 2007. 6. 29. 선고 2006누5540 판결)
양산시에 거주하는 원고 2인에 대한 항소를 인용하고, 나머지 원고들의 항소는 기각하였다.

 

이 사건 처분에 김해시 공장건축가능지역 지정에 관한 조례가 적용된다고 보고 해당 조례 제5조 제2항 제6호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판단한 고등법원의 판단은 대법원에서 이 사건 조례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사건 각 공장은 그 부지면적(2이상의 공장을 함께 건축하는 경우로서 그 면적의 합계)이 148,245㎡로서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71조 제1항 제19호 [별표20] 제2호 차목 소정의 부지면적이 1만㎡ 이상인 공장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조례는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적용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환송 판결(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7두16127 판결)
나머지 원고들의 원고 적격도 인정되나, 김해시 공장건축가능지역 지정에 관한 조례는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송전 판결을 전부 파기ㆍ환송하였다.

 

원심 판결(부산고등법원 2011. 8. 17. 선고 2010누1910 판결)
양산취수장 및 물금취수장에서 취수된 물을 수돗물로 공급받는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개별적ㆍ구체적ㆍ직접적으로 보호되는 환경상 이익, 즉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주민으로서 원고적격이 인정받을 수 있으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아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두21805 판결)
법령 적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고 재량권 일탈ㆍ남용의 위법이 없다는 이유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3. 대상판결 요지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자로서 그 처분에 의하여 자신의 환경상 이익이 침해받거나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제3자는, 자신의 환경상 이익이 그 처분의 근거 법규 또는 관련 법규에 의하여 개별적·직접적·구체적으로 보호되는 이익, 즉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임을 입증하여야 원고적격이 인정되고, 다만 그 행정처분의 근거 법규 또는 관련 법규에 그 처분으로써 이루어지는 행위 등 사업으로 인하여 환경상 침해를 받으리라고 예상되는 영향권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영향권 내의 주민들에 대하여는 당해 처분으로 인하여 직접적이고 중대한 환경피해를 입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고, 이와 같은 환경상의 이익은 주민 개개인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보호되는 직접적·구체적 이익으로서 그들에 대하여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환경상 이익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사실상 추정되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 인정됨으로써 원고적격이 인정되며, 그 영향권 밖의 주민들은 당해 처분으로 인하여 그 처분 전과 비교하여 수인한도를 넘는 환경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는 자신의 환경상 이익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 우려가 있음을 증명하여야만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 인정되어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대법원 2006. 3. 16. 선고 2006두33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두14001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원고적격에 관한 기존의 원론적인 태도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 수돗물을 공급받아 이를 마시거나 이용하는 부산광역시, 양산시 주민들로서는 이 사건 처분 근거 및 관련 법규가 환경상 이익의 침해를 받지 않은 채 깨끗한 수돗물을 마시거나 이용할 수 있는 자신들의 생활환경상의 개별적 이익을 직접적ㆍ구체적으로 보호하고 있음을 증명하여 원고적격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긍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에서 원고적격을 인정받지 못한) 나머지 원고들의 거주지역이 물금취수장으로부터 다소 떨어진 부산광역시 또는 양산시이기는 하나, 수돗물은 수도관 등 급수시설에 의해 공급되는 것이어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주민들이 가지게 되는 수돗물의 수질악화 등으로 인한 환경상 이익의 침해나 침해 우려는 그 거주 지역에 불구하고 그 수돗물을 공급하는 취수시설이 입게 되는 수질오염 등의 피해나 피해 우려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다고 할 것이라 보았다. 따라서 물금취수장에서 취수된 물을 수돗물로 공급받는 나머지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공장설립승인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개별적ㆍ구체적ㆍ직접적으로 보호되는 환경상 이익, 즉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주민으로서 원고적격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Ⅱ. 평석
1. 쟁점정리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김해시장의 부당한 공장설립승인처분에 대하여 김해시민이 아닌 부산과 양산시민으로 구성된 원고들이 그 효력을 다툴 법률상의 이익이 있는지에 관한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판단해야 할 내용은 이 사건의 처분이 부산광역시나 경상남도 양산시 주민인 원고들의 깨끗하고 원활하게 수돗물을 이용할 권리를 침해하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는지의 여부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환경침해의 경우 피해의 광역성, 피해의 중대성으로 인해 행정처분의 상대방이 아닌 인근 주민(제3자)의 원고적격을 확대할 필요성 및 이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 밖에도 원고들은 처분의 직접 근거가 되는 법규뿐만 아니라 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규가 원용하고 있는 법규도 처분의 근거법규로 인정하고 있는 법원의 태도를 고려하여 관련 법률 및 조례를 근거로 한 이 사건 처분의 위법성과 관련한 주장(가령 피고가 고의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했다는 주장)들을 제기하였으나 검토를 생략하겠다.

 
2. 관련 판례의 흐름

(김향기, 「행정소송의 원고적격에 관한 연구- 환경행정소송에서 제3자의 원고적격을 중심으로-」, 『환경법연구』 제31권 2호, 한국환경법학회, 2009, 226-236쪽을 참조하여 정리)


(1) 연탄공장 건축허가 취소청구 사건(대법원 1975. 5. 13. 선고 73누96ㆍ97)
이 판결은 도시계획법에 의한 주거지역에서 행정청이 연탄공장건축허가처분을 하자 위 연탄공장으로부터 불과 70㎝ 거리에 사는 주민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단이다.

대법원은 구 도시계획법 및 구 건축법이 도시계획구역 안에서의 주거지역에서 거주의 안녕과 건전한 생활환경의 보호를 해치는 모든 건축이 금지되는 것은 구 도시계획법 및 구 건축법이 추구하는 공공복리의 증진을 도모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주거지역 내에 거주하는 사람의 ‘주거의 안녕과 생활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도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았다.

주거지역내에 거주하는 사람이 받는 위와 같은 보호이익은 단순한 반사적 이익이나 사실상의 이익이 아니라 바로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이라고 할 것이어서, 주거지역 내에 거주하는 역내 건물 소유자는 비록 당해 행정처분의 상대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 행정처분으로 말미암아 위와 같은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받고 있다면 원고적격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제3자의 원고적격, 환경소송의 원고적격의 법리 형성에 기초가 되었으며, 법률해석에 의하여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확대한 표현을 사용한 최초의 판결이라 할 수 있다.

 

 

(2) 청담공원 내 골프연습장 설치금지가처분신청 사건(대법원 1995. 5. 23. 자 94마2218 결정)
이 결정은 도시공원법상 근린공원으로 지정된 공원에 골프연습장의 설치가 인가됨에 따라 인근주민들이 골프연습장의 건설이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기본권으로서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공작물설치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으로, 헌법상의 환경권만으로는 국민에게 직접으로 구체적인 사법상의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을 밝힌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원고적격의 요건인 법률상 이익이 될 수 있다는데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에 반하여 헌법재판소는 기본권을 법률상 이익으로 인정하거나 고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헌법재판소 1998. 4. 30. 97헌마141 결정, 헌법재판소 1989. 9. 4. 88헌마22 결정, 헌법재판소 2008. 7. 31. 2006헌마711 결정).

 

 

(3) 화장장 설치를 위한 상수원보호구역변경처분 취소청구 사건(대법원 1995. 9. 26. 선고 94누14544 판결)
이 판결은 처분의 직접의 근거 법률뿐만 아니라 관련법과 그 시행령의 취지 해석을 근거로 하여 원고적격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종래 판결의 중요한 변화로 이해될 수 있다.

 

 

(4) 용화집단시설지구 공원사업시행허가처분 취소청구 사건(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누3286 판결)
이 판결은 당해 처분의 직접적인 근거법령인 실체법령뿐만 아니라 절차법인 환경영향평가법령상의 환경상 이익을 법률상 이익으로 인정하고, 환경영향평가대상지역 안의 주민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음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이다.

 

 

(5) 남대천 양수발전소건설사업승인처분 취소청구 사건(대법원 1998. 9. 22. 선고 97누19571 판결)
이 판결은 환경영향평가대상지역 밖의 주민ㆍ일반 국민ㆍ산악인ㆍ사진가ㆍ학자ㆍ환경보호단체 등의 환경상 이익이나 전원개발사업구역 밖의 주민 등의 재산상 이익에 대하여는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률에 이를 그들의 개별적ㆍ직접적ㆍ구체적 이익으로 보호하려는 내용 및 취지를 가지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들에게는 원고적격을 부인한 사례이다.

 

 

(6) 쓰레기소각장 입지지역결정고시 취소청구 사건(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두13489 판결)
이 판결은 원고적격의 인정여부는 법 및 법시행령의 제반 규정의 취지, 목적과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의 내용, 성질,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환경상의 침해를 받으리라고 예상되는 직접영향권 내에 있는 주민과 간접영향권 내에 있는 주민들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환경상의 이익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우려가 있는 것으로 사실상 추정하여 원고적격을 인정하나, 직ㆍ간접적 영향권 밖의 주민은 환경이익의 침해 또는 침해우려가 있음을 입증해야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7) 새만금간척사업 시행인가처분 취소청구 사건(대법원 2006. 3. 16. 선고 2006두330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환경영향평가대상지역 안의 주민에게만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그 대상지역 밖의 주민은 수인한도를 넘는 환경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한다는 종래의 판결을 확인하면서, 환경영향평가대상지역을 판단하는 주체를 사업자가 아닌 법원으로 보았고, 헌법 제35조 제1항의 헌법상의 환경권과 환경정책기본법 제6조의 일반적 규정만으로는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8) 공장설립승인처분 취소청구 사건(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두14001 판결)
이 판결은 환경영향평가대상지역 여부가 아니라 사전환경성검토대상지역의 여부에 따라 원고적격의 인정여부를 판단하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또한 사전환경성검토대상지역에 포함될 개연성이 충분히 보이는 주민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하여 사전환경성검토대상지역의 여부를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9) 광업권설정허가처분 취소청구 사건(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두7577 판결)
이 판결은 당해 처분뿐만 아니라 그 후속절차로 인한 피해를 포함하여 환경상 피해와 더불어 재산상의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고 있으며, 토지와 건축물의 소유자ㆍ점유자 또는 이해관계인 및 주민도 그 환경상 이익의 침해나 침해우려를 증명함으로써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원고적격의 범위를 좀 더 넓힌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3. 대상판결의 검토

 

(1) 환경행정소송과 원고적격의 의의
환경행정상 법률관계는 기본적으로 행정청, 사업자, 인근주민의 삼각관계로 설명하기도 한다. 행정청이 사업자에 대하여 내려진 인ㆍ허가처분에 의하여 인근주민의 환경상의 이익이 침해되는 경우에 이를 사업자와 인근주민간의 사법상의 분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행정청의 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의 제기를 통하여 환경침해를 막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권리구제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자에 대한 환경침해적 내용의 행정청의 인ㆍ허가에 대해 인근주민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핵심적인 논의과제가 된다.

 

 

환경행정소송에서의 원고적격도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원고적격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환경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이란 환경분쟁에 있어서 행정청에 대하여 구체적인 행정소송의 제기를 전제로 하여 원고로서 소송을 수행하여 본안판결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말한다(김용섭 외, 『판례교재 행정법』, 법문사, 2011, 519-520쪽).

 

 

원고적격의 문제는 행정소송제도의 본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행정소송에서 개인은 자신의 사적인 이익 내지는 권리의 구제를 받기 위하여 소를 제기하여 행정을 공격하는 것이고 행정은 이러한 전체 국민의 공적 이익 즉 공익이라는 측면에서 방어하게 된다. 행정소송의 목적이 ’권리구제‘에 있다면 권리구제가 필요한 자에게 원고적격이 인정되어야 하지만, 행정소송의 존재이유가 ’적법성의 통제‘에 있다면 이해관계를 갖게 되는 국민 일반이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김동건, 「환경소송에서의 주민의 원고적격」, 『환경법연구』 제28권 3호, 한국환경법학회, 2006, 103쪽).

 

 

(2) 환경 피해의 영향권을 확장하는 해석
대상판결은 처분의 근거법률 및 관계법령에서 개별적인 사익보호 목적과 취지라는 연결고리를 보다 합목적적으로 확장하였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수돗물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환경상 이익의 침해나 침해 우려가 동일하기 때문에 거주지역 등과 관련한 지역성 관련 기준은 상당히 완화되어 적용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환경이라는 매체의 특성이 갖는 피해의 광역성ㆍ누적성ㆍ잠복성 등을 고려하여 환경오염과 그에 따른 피해의 관계를 특정 지역 내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환경피해의 영향권을 보다 폭넓게 인정할 수 있는 전향적인 해석방향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의 논리는 향후 수질뿐 아니라, 이와 유사하게 피해의 광역성이 인정될 수 있는 대기 및 소음ㆍ진동과 같이 광범한 영역에 피해가 야기될 수 있는 영역까지도 충분히 확장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적격의 판단 요인은 보다 유연하게 해석될 수 있다면, 앞으로는 원고적격의 인정 기준이 환경영향평가대상지역과 같은 기존의 한정된 지역성에서부터 점차 탈피하여, 보다 실질적인 피해의 존재 또는 예상 여부에 대한 기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대상지역이라는 지역성에 따른 기존의 획일적 구분은 오히려 그 밖에 거주하는 주민의 환경권을 무시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준서, 「‘낙동강 취수장 판결’로 살펴본 환경행정소송상의 원고적격 확대의 문제」, 『한양법학』 제31집, 한양법학회, 2010, 77-79쪽).

 

 

(3) 영향권 밖의 주민들의 입증책임 문제
대상판결은 수돗물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지역 밖의 주민의 경우에는 환경상 이익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 우려가 있음을 증명하여야만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 인정되어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기존 판례의 태도를 반복하고 있다.

 

 

원고적격 단계에서 원고의 주관적 권리구제의 문제를 완전히 포섭하고 본안판단에서는 단지 처분의 객관적 위법성만을 심리하는 구조에 비추어보면 원고적격 단계에서 자신의 권리 침해 또는 침해의 우려가 완전히 증명될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정당성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개별법령 규정에서 도출할 수 없는 법률적 이익을 증명책임의 전환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환경법 분야의 증명책임의 곤란 등으로 원고적격의 부인에 이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소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는 비판, 소송자료는 대부분 기술적, 전문적인 자료이고 환경전문가가 아닌 원고가 이러한 자료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비판, 환경오염물질의 위험성에 관한 대부분의 자료는 행정청이나 배출시설의 사업자에게 편중되어 있으므로 개인인 원고가 이와 같은 자료를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여 원고의 증명의 정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비판 등이 있다.

 

 

행정소송에서 변론주의가 원칙이고 직권탐지주의는 변론주의를 보충하는 정도로 보는 판례(대법원 1986.6.24. 선고 85누321 판결)의 입장에서도 행정소송에서는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될 수 있는 여지가 민사소송보다는 넓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판례의 태도에 따르더라도 원고가 수집한 소송자료만으로는 원고적격 유무를 판단하기에 부족할 때 법원이 직권으로 소송자료를 수집하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환경행정소송에서 원고적격의 경우 공익성이 강하므로 반드시 변론주의에만 기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4. 판례의 의미와 전망

 

원고적격의 문제는 소송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소송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여 본안의 판단까지 갈 수 없도록 막는 것은 국민의 권리구제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법상 권리구제는 반드시 행정쟁송을 통해 승소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송법상 기각과 각하가 준별되는 만큼 행정청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권리구제에 어느 정도 이바지하는 바가 있으며, 현대 행정에서 원고적격이 모호한 경우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본안판단까지 해서 이익의 침해 여부를 따져야 할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본안전판단에서 미리 이익 침해가 있느냐 없느냐를 다 확정하게 되면 본안판단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장경원, 「환경행정소송(環境行政訴訟)과 제3자의 원고적격(原告適格)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7두16127 판결을 중심으로」, 『환경법연구』 제33권 2호, 한국환경법학회, 2010, 374쪽). 특히 이익 침해가 즉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환경분쟁에서는 더욱 필요성이 있다.

 

 

대법원의 잇따른 원고적격의 확대 움직임은 개인의 권리구제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법원과 법무부의 행정소송법 개정안에서 원고적격의 개정 논의가 이뤄지기도 하였다. 다만, 원고적격의 무분별한 확대 주장은 적어도 권력분립의 원칙에 비추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 특히 원고적격의 확대 논의가 자칫 ‘사법의 정치화’로 귀결될 수 있음을 경계하는 주장도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법부가 이런 환경권의 침해 문제에서 그 침해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결국 사법부가 판결을 통해서 이런 가치관을 조정하는 결정을 한다는 것인데, 사법부가 이런 결정을 할 민주적 정당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대표적인 예다. 국가의 특정 행위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도 완벽할 수 없고 무엇보다 해당 국가의 행위와 관련해서 옳고 그름의 문제에 대한 보편적인 결론을 도출하기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환경분쟁은 특정한 개인의 권리침해 문제가 아니라 환경보호라는 공익과 경제발전 등을 이유로 하는 환경이용이라는 공익의 갈등문제이기 때문에 환경분쟁에 대한 결정은 곧 국가의사의 결정과 연결되는 문제이다(김종보ㆍ김배원, 「환경권의 헌법적 의미와 실현방법」, 『법학연구』 제53권 제1호, 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 2012, 50-51쪽). 환경과 관련한 국가적 의사결정은 국민의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국회가 우선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에 부합하는 방식이라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할 것이다.

 

 

결국 환경적 가치를 위해 원고적격을 확대할 필요성과 사법부의 통제에 내재한 권력분립적 한계를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환경분쟁이 사법부까지 다다르기 전에 입법부와 행정부는 환경과 관련한 절차적 통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입법부의 섬세한 입법과 정치권의 원만한 타협, 행정부의 공정한 집행을 통해 사전적인 권리구제를 하는 길을 넓혀야 한다.

 


<보론>

 

현행의 소송제도는 자유주의ㆍ개인주의에 사상적 토대를 두고 있으므로 자연보호라는 객관적이고 공익적인 목적을 위하여 제정된 환경법과는 조화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요컨대 쾌적한 자연환경이나 생태계를 유지함으로써 누리는 이익(이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태계의 이익을 포함한다)을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인간만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마련된 수단인 현행 소송제도로 해결하기에는 많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공익적인 성격을 가지는 환경법 영역에서는 이 법이 추구하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 그에 타당한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설계경ㆍ정회근, 「自然의 原告適格에 관한 小考」, 『토지공법연구』 제44집, 한국토지공법학회, 2009, 173쪽).

 

 

(1) 공공신탁이론
어떠한 자원은 일반국민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므로 특정 개인의 자유로운 이익 내지는 사적 사유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특정 자원은 인간에게 부여한 선물이어서 특정 개인이 아니라 모든 시민을 위하여 보존되어야 하고, 그 사용은 그 자체가 공공적 성격을 가지므로 특정 개인의 사적 이용에 제공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보는 견해이다.

 

 

(2) 자연의 권리론
자연에는 자연 고유의 가치가 있으며 동ㆍ식물을 포함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해야 하고, 그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개인이나 단체가 이들을 대신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자연의 권리 이론에 근거한 소송사건에서 대법원은 현행법의 해석상 도롱뇽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 6. 2. 선고 2004마1148, 1149판결).

 

 

(3) 단체소송론(환경단체활용론)
전문성이 없는 개인에 대하여 환경단체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견해이다. 단체 회원의 이익이 침해되어 소송을 제기하거나(이기적 단체소송), 환경보호, 자연보호, 기념물보호 등과 같이 일반적인 공공이익을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타적 단체소송)으로 나뉜다. 환경분쟁을 개인이 해결하기에는 역량적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환경단체의 역할에 주목한다.

 

 

<나가며>

사안에서 대부분의 원고들이 부산광역시에 거주하고, 부산광역시도 원고 측에 보조참가하였습니다. 공장이 설립되는 위치와 가까운 양산시 일대의 주민들보다 위치상 떨어져 있는 부산시 일대의 주민들이 환경소송에 적극적이었다는 역설적인 사실은 적잖은 시사점을 줍니다. 낙후 지역의 지역개발 욕구와 이미 상대적으로 개발의 이익을 누리는 인근 주민들의 환경보전 욕구를 조정해야할 일이 앞으로 많이 벌어질 것을 암시하는 듯하네요. 환경을 지키면서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환경보다 개발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지역의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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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무부의 행정소송법 개정안 가운데 원고적격과 대상적격의 확대에 대해서만 공부한 잡글입니다.

 Ⅰ. 원고적격 확대에 대한 탐구

  1. 판례의 원고적격 확대 경향

  대법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의 판례는 원고적격에 관한 현행법상의 ‘법률상 이익’을 “당해 처분의 근거법규에 의하여 보호되고 있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라고 해석해 국민이 권익구제를 받을 수 있는 폭이 너무 좁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고 판례의 태도를 정리하고 있다. 대법원은 새만금사업 등과 관련한 판례에서 근거 법규뿐만 아니라 관련 법규에 보호되는 이익도 원고적격에 포함하고, 지리적인 영향권 밖의 주민들도 환경상 이익에 대한 침해나 침해 우려를 입증하면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보아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대법원 개정안의 판례 해설과는 다소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당해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그 당부의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다 할 것이며,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라 함은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공익보호의 결과로 국민 일반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일반적·간접적·추상적 이익이 생기는 경우에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6.3.16. 선고 2006두330 전원합의체 판결).


  이 때문에 판례의 해석을 통해 원고적격을 확대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법무부 개정안 논의에서 원고적격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현행 규정을 유지한 것도 이런 견해의 연장선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개정안은 결과적으로 원고적격 확대의 방법론에 있어서 판례를 통한 점진적 확대 쪽을 선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객관소송적 기능을 하는 단체소송과 같은 공익소송이나 정보공개청구소송과 같은 유형에 대한 원고적격이 개별 입법에 의하여 도입되는 방식을 원고적격에 대한 일반적 규정의 개정을 통해 판례의 해석을 기다리는 방식보다 선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이희정, 「行政訴訟法 改正(案) 중『原告適格』에 관하여」, 『고시계』 제52권 제12호 (통권 610호), 고시계사, 2007. 11, 33면).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우회적이어서 국민의 권리구제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려는 행정소송법 개정 의도와는 부합하지 않으며, 행정청의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원고적격의 점진적 확대를 고안한 것이라 판단된다.


  2. 원고적격 확대 입법의 필요성

  판례가 개별적 사안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검토함으로써 원고적격을 확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률상 이익’이 ‘권리’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리 해석의 원칙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행정재판실무상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갖추는 것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적잖았다. 판례의 태도는 원고적격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학계에서 이에 대판 비판이 계속 제기되었고, 입법론이 추진된 것임을 상기할 때 법원의 해석을 통한 원고적격 확대에 기대기보다는 입법을 통해 해결함이 바람직하다.


  대법원 개정안의 ‘법적으로 정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에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할 경우 처분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힘든 명예ㆍ신용회복, 헌법상 기본권 등 일반적 법규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보호되는 정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 등에도 원고적격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어 국민의 권리구제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법적으로’라는 문구를 붙인 것도 사실상 이익이나 반사적 이익이 포함되지 않음을 명확히 했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방점은 ‘정당한 이익’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법원 개정안은 주관소송과 객관소송이 절충된 항고소송의 성격과 현행 행정소송법 해석의 다수 견해인 법률상 보호이익설보다 원고적격을 확대하려는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보호가치 이익설(소송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구제설)’에 가까운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고적격의 문제는 소송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소송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여 본안의 판단까지 갈 수 없도록 막는 것은 국민의 권리구제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법상 권리구제는 반드시 행정쟁송을 통해 승소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송법상 기각과 각하가 준별되는 만큼 행정청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권리구제에 어느 정도 이바지하는 바가 있으며, 현대 행정에서 원고적격이 모호한 경우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본안판단까지 해서 이익의 침해 여부를 따져야 할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본안전판단에서 미리 이익 침해가 있느냐 없느냐를 다 확정하게 되면 본안판단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장경원, 「환경행정소송(環境行政訴訟)과 제3자의 원고적격(原告適格)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7두16127 판결을 중심으로」, 『환경법연구』 제33권 2호, 한국환경법학회, 2010, 374면).


  이런 맥락에서 대법원 개정안은 원고적격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본안판단까지 가서 이익의 침해를 판단할 기회를 넓혔다는 점에서 타당하다. 다만, 정당한 이익 개념은 법률상 이익보다는 넓은 개념으로서 어디까지 확대된 것인지에 대한 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현행 판례 이론의 ‘개별적·직접적·구체적’이라는 기준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원고적격 확대의 입법 취지는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행정청(피고)의 이익으로’ 해석하던 관행을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국민(원고)의 이익으로’ 해석하는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이다.


Ⅱ. 대상적격 확대에 대한 탐구

  1. 새로운 행정행위 개념의 적절성 검토

  대법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법의 ‘처분’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국민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는 행위”라고 좁게 해석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국민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으로 ‘사실상’의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행사에 대하여는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난점을 해소하기 위해 협의의 처분인 강학상 행정행위뿐만 아니라 사실행위, 법규명령을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대법원 개정안 해설에는 권력적 사실행위만을 열거하고 있지만, 비권력적 사실행위의 상당수도 포함된다고 해석해야 법 개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판례는 처분적 조례나 처분적 고시 같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권력적 사실행위나 대부분의 처분적 행정입법에 대하여 처분성을 부인해왔다. 대상적격 확대 문제도 원고적격 확대와 마찬가지로 기존 법문의 해석을 통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 법무부 개정안도 현행 조문을 유지함으로써 이런 입장에 서있는 것을 보인다. 하지만 현행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못하다.


  대법원 개정안은 다양한 행정작용을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포착하기 위해 현행 ‘처분’ 개념 대신 ‘행정행위’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행정청이 행하는 법적․사실적 행위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라는 개념 정의는 강학상 행정행위 개념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용어로서 학계의 많은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실체법상 행정행위와 소송법상 행정행위 개념이 분리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행위등’이라는 용어를 관철하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용어 정의에 있어서는 좀 더 정제된 표현이 요구된다. 차라리 ‘행정행위, 사실행위, 법규명령 등’이라고 풀어서 서술하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하다.


 2. 법규명령에 대한 항고소송의 문제

  특히 현행 조문에서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이라는 요건을 삭제함으로서 ‘행정행위등’에 집행행위 외에도 입법행위도 포함하도록 한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즉 행정입법인 ‘명령등’에 대한 항고소송을 인정한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 개정안 해설은 집행행위에 대한 항고소송의 제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법규명령 등에 대한 권리구제 폭을 넓혔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르면 법규명령 그 자체로서 직접 국민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처분법규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행정행위등에 포섭되는 법규명령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법규명령에 대한 항고소송을 인정하면 법규명령에 대한 헌법소원은 불가능하게 된다는 견해도 있지만, 대법원 개정안에 따라 헌법소원의 대상은 줄어들더라도 권리구제의 공백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항고소송보다 객관소송 성격이 강한 헌법소원의 영역이 일정 부분 남아 있으며, 헌법소원에서는 항고소송에서 보다 청구인적격(직접성, 현재성)과 권리보호의 이익이 보다 넓게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박균성, 「處分과 命令에 대한 抗告訴訟」, 『고시계』 제52권 제11호 (통권609호), 고시계사, 2007. 10, 22면). 항고소송과 헌법소원의 상충 문제 때문에 어느 기관이 법규명령에 대한 심사에 적합하냐는 논의도 있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배제하는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입법하여 위헌 논란을 비롯한 부수적인 논쟁들을 정리하기를 희망한다.


  법규명령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하고 나서 다시 원고적격이나 소의 이익 등을 통해 다툼을 차단한다면 행정소송제도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은 음미할 만하다(홍준형, 「행정소송법 개정의 내용과 방향」, 『월간 법제』 2005년 10월호, 법제처, 2005. 10.). 이와 더불어 행정입법의 제․개정 과정에서 절차적인 통제를 통해 사전적인 권리구제가 좀 더 강화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법규명령에 대해서도 의무이행소송이 가능한 것은 입법 형성의 자유를 훼손할 여지가 있으며 권력분립에 반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별도의 소송 형태를 고안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대법원 개정안이 ‘명령등의 취소소송의 특례’를 신설하여 법규명령의 특수성을 감안한 자세를 의무이행소송에서도 견지할 필요가 있다.


Ⅲ. 결어

  대법원 개정안의 원고적격 확대는 용어상의 다툼이 있겠으나 대체적인 취지에 동감하며 복잡다기한 행정현실을 반영한 타당한 입법이라고 생각한다. 대상적격을 확대하기 위해 소송법상 행정행위 개념을 창설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좀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사실행위를 포함한 것은 적절한 입법이며 특히 실질을 반영해 행정지도와 같은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해서도 다툴 수 있도록 한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법규명령을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는 의견의 대립이 심하고 부수적인 문제가 결부된 만큼, 장기간 계류 중인 행정소송법 개정의 통과를 위해 현시점에서는 보류하거나 적어도 의무이행소송에서는 제외할 것을 제안한다. 행정행위(협의의 처분)와 사실행위라는 ‘한 지붕 두 가족’으로도 국민의 권리구제는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본다. - [無棄]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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